시시포스 신화

[02] Think 2014.11.06 21:57





요즘 그저 무심결에 누른 글들에서 시시포스가 자주 언급이 되었다. 

어느 소설가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글쓰기는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어 매번 새로 쓸 때마다 백지부터 쓰는 기분이라고 한다.

견디기 위해 글을 쓴다는 소설가의 말에 기자가 무엇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냐는 질문을 하였다.

소설가는 시시포스 신화를 비유하며, 

"각자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다시 굴려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저 산꼭대기에 굴러 올려야 할 각자의 바윗덩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라는 답으로 기사는 끝났다.


시시포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코린토스 시를 건설한 왕이였다. 저 사람이 누구의 아버지다, 누구의 아들이다라는 여러 설들이 있다. 

그는 신들을 모욕한 죄로 저승에서 바위를 산 정상에 굴려야하는 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정상까지 돌을 굴려 올리며 다시 바닥으로 굴러 내려가기에

영원히 반복적으로 돌을 굴려야 한다. 신들을 어떻게 모욕했는지, 왜 저 벌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설들이 있다.


알베르트 까뮈의 시지프 신화가 저 시시포스를 주제로 쓴 책이라고 한다. 

읽어야 될 책이 또 한 권 늘었다.


저 기사를 통해 시작된 시시포스에 대한 관심은 희망이라는 단어로 이어졌다.

그랑빌 우화에서 동물들은 인간들을 비웃었다. 

인간들은 내일을 위해서 산다. 그래서 평생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가지만, 기쁨은 실현되는 법이 없고 인간은 희망을 안고 무덤까지 간다며...

열심히 산 정상까지 굴려서 정상에 돌을 올려 놓으려는 희망으로 돌을 굴리지만, 결국 돌은 다시 바닥으로 내려오게 된다.

문득 시시포스가 정상에 올려놓아도 다시 내려갈 것을 알았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하긴, 지옥이니 알았더라도 굴려야 했겠지만, 아님 벌이니까 돌을 정상에 올려놓아도 다시 바닥으로 내려갈 거라는 생각을 신들이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벌을 준 것을 아닐까?


카뮈가 뭐라고 써놨는지 궁금하다.

책소개나 모니터로 보는 글은 집중력도 떨어진다.


나도 지금 돌을 굴리고 있나? 무엇을 위해 굴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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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기사를 훓어 보던 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자기 시신을 수습해줄 사람을 위해.... 마지막 배려 '국밥값' 남기고


기사 원문




고맙습니다. 국박이나 한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로또와 동전들 그리고 하얀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다는 새빠시 깨끗한 신권의 지폐들...


문득 영화 루시의 한 장면과 대사가 생각이 났다.


"Can we therefore conclude that human are concerned more with having than being."




"Can we therefore conclude that human are concerned more with having than being."


"Can we therefore conclude that human are concerned more with having than being."


"Can we therefore conclude that human are concerned more with having than being."


마왕 신해철의 죽음, 어느 독거노인의 죽음, 그리고 언젠가 죽을 운명인 나.

저 영화의 대사가 한 동안 계속 머리속을 멤돌 것 같다.


being. being.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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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추천 강의


우연히 TED 강의를 찾아 보다가 재밌고 생각해 볼 만한 좋은 강의가 있어 Post!


브르네 브라운(Brené Brown)

대학에서 Soical Work(사회 복지)를 전공하고, 이후 10년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

연구 분야

    - vulnerability 취약점.

    - courage 용기.

    - worthiness  가치 있는 일.

    - shame 수치심.


1. 취약점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






용기(Courage) 단어의 어원은 심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에서 왔는데, 

원래 의미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당신의 온 마음을 통해 솔직히 이야기 한다는 것"


2.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Listening to shame)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 - 미국 제26대 대통령.


- 경기장의 투사(Man in the Arena) -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니다. 관중석에 앉아서 어떻게 헛디뎠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수 있었는지 지적하는 이도 아니다.

  업적은 경기장 안에서 얼굴이 먼지와 피, 땀으로 얼룩진 이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경기장에 있을 땐 잘하면 이길 것이고,

  못하면 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실패하더라도 또는 지더라도 그는 감히 무모하리만치 멋지게 질 것이다."


아래는 Googling을 통해 찾은 원문.


"It is not the critic who counts; not the man who points out how the strong man stumbles, or where the doer of deeds could have done them better. The credit belongs to the man who is actually in the arena, whose face is marred by dust and sweat and blood; who strives valiantly; who errs, who comes short again and again, because there is no effort without error and shortcoming; but who does actually strive to do the deeds; who knows great enthusiasms, the great devotions; who spends himself in a worthy cause; who at the best knows in the end the triumph of high achievement, and who at the worst, if he fails, at least fails while daring greatly, so that his place shall never be with those cold and timid souls who neither know victory nor defeat."


1편을 TED에 나와서 강연하고, 이후에 2편을 다시 강연한 것이니 1편을 보고 2편을 보는게 좋을 듯하다. 아마도 이 세상에 수치심과 취약점이 없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기 때문에 내 취약점과 수치스러운 면을 직면하게 되면 당황스럽고 그런 모습에 더 깊은 수치심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보다 지금 더 나아졌고 앞으로 더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Day by day, in everyway, I am getting better and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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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길버트 - "우리는 왜 행복할까요?"

인생이 비참하고 무질서해지는 까닭은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좋은 것이야 있겠지만,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 신중함이나 공정함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거나, 과거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
잘못에 대한 후회로 마음의 평화를 잃을 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다.

Language 에서 Korean 선택하면 한글 자막 나옵니다.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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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gile.egloos.com/tb/5187747

김창준씨의 애자일 이야기 블로그에서 탁월한 팀장의 비밀이라는 글에 대해 읽게 되었다.

첨에는,, 아직 팀장과는 너무나 멀기 때문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 갔는데...

어제 한 문장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제가 하는 일요? 팀원 세뇌시키는 겁니다. 너희가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너희가 없으면 이 회사는 망한다. 이런 세뇌를 매일 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회사에 필요한 존재일까? 내가 하는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내가 정말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으면,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 온갖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까???

그냥 내가 회사에서 어떤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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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영화의 어떤 경향

<파이트 클럽>(왼쪽)의 붕괴하는 세기말의 도시. <매트릭스>의 디지털 신호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 모니터에 드러나는 글자들은 거꾸로 된 알파벳과 숫자와 일본어의 가타카나 등으로 이뤄져 있다.
1999년이 다가오면서 전세계는 'Y2K'의 공포에 휩싸였고, 할리우드도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 명의 영화학자들은 이 시기 할리우드에 등장한 몇몇 영화들을 묶어 '구조물의 끝'(The Edge of the Construct)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 '장르 아닌 장르'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의심하고, 우리가 별 의심 없이 현실로 인정해왔던 것에 대해 강한 물음표를 던진다. 지금까지 세상은 있었다. 아니,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것이며,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개인'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파이트 클럽>(1999)의 한 장면처럼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이 세상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조짐은 1998년부터 시작되었다. <아마겟돈>(1998) <딥 임팩트>(1998) <고질라>(1998) 같은 재난 블록버스터가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던 이 해 2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다크 시티>(1998)가 등장했다. '튜닝'이라는 능력을 지닌 외계인들이 인간의 영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만든 도시. 매일 밤 자정에 도시의 모습은 바뀌고, 실험 대상들은 주사를 통해 새로운 기억을 주입 받는다. "당신의 기억이 모두 거짓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의 주인공 존 머독(루퍼스 시웰)은 기억 속의 휴양지 '쉘 비치'(Shell Beach)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벽돌로 쌓은 두꺼운 벽이다. 그는 그 벽을 허문다.

같은 해 6월에 개봉한 <트루먼 쇼>(1998)의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의 삶은, 거대한 스튜디오에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리얼리티 쇼였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세계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폭풍우를 견디며 항해를 한 끝에 스튜디오의 벽에 다다른다. 쇼의 크리에이터인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한 번의 기회를 주지만, 결국 트루먼은 그 세계를 떠난다.

<다크 시티>(왼쪽)와 <트루먼 쇼>에서 구조물의 끝에 다다른 주인공들. 그들은 벽 앞에서 절망하지만, 그 벽을 너머의 '진짜 세상'을 만난다. 두 영화는 모두 휴머니즘적인 결말을 지니고 있다.
1999년 5월28일엔 대니얼 F. 갤로이의 소설 <시뮬라크론-3>(1964. 영국에선 <위조된 세계>로 출간)를 영화화한 <13층>(1999)이 등장했다. 1973년에 독일의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에 의해 <선 위의 세상 Welt am Draht>이라는 TV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는 <시뮬라크론-3>는 가상 현실에 대한 고전. <13층>의 세계관(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음)과 비주얼(녹색의 선)은 같은 해 3월31일에 개봉된 <매트릭스>와 비교되곤 했다. 4월23일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엑시스텐즈>(1999)가 개봉되었다.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는 끝까지 모호하게 남으며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우리, 아직 게임 속에 있는 거야?"라고 묻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영화들이 과거의 세계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트루먼 쇼>는 스튜디오 안에 1950년대 말의 미국 소도시를 재현했다. <다크 시티>에서 외계인들이 만들어낸 도시는 1940년대 누아르의 분위기를 지닌다. <13층>은 1937년의 LA로 달려간다. 그리고 <매트릭스>의 가상 현실인 '매트릭스'는 2199년에 만들어낸 1999년의 풍경이다.

<13층>(왼쪽)의 가상 현실 속에 등장하는 세상의 끝. <엑시스텐즈>의 인물들은 게임이라는 가상 현실의 세계 속에 빠져든다.


사이버펑크의 전통과 수많은 참조물들

윌리엄 깁슨이 쓴 사이버펑크의 명저 <뉴로맨서>(왼쪽)와, 깁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코드명 J>. 키아누 리브스는 <매트릭스> 이전에 이미 이 영화에서 '접속'을 경험한다.
<매트릭스>가 나오자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은 "오랜 만에 경험하는 '순수한 즐거움'의 영화"라며 "네오는 영원토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매트릭스>는 논쟁의 여지 없는, 궁극적 사이버펑크 영화다."

영화, 애니메이션, 문학, 철학, 게임, TV 시리즈, 만화 등 대중 문화의 수많은 텍스트를 참조한 <매트릭스>를 이야기할 때, 많은 평론가들이 제일 먼저 언급하는 부분은 사이버펑크(cyberpunk)의 전통이다. 사이버펑크는 1980년에 소설가 브루스 베스케가 자신의 단편 <사이버펑크>에서 처음 쓴 단어로, 이후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되는 상황을 다소 어두운 톤과 무거운 주제 의식으로 그린 SF 소설을 지칭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1984)는 가장 대표적인 사이버펑크 소설로, 두뇌에 이식된 소케트(socket)를 통해 사람들은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한다(깁슨은 이 소설에서 가상 현실의 상황을 묘사할 때 '매트릭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뉴로맨서>는 어떤 과제를 위해 해커가 소환되며, 여성 캐릭터가 조력자로 나오고 폭력적인 인공지능 기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와 흡사하다.

물론 여기엔 더 많은 참조 목록이 추가되어야 한다. 20세기 초부터 꾸준히 진행된 로봇 소설의 전통, <블레이드 러너>(1982)로 영화화된 단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1968)를 비롯한 <마이너리티 리포트>(1956) 등 필립 K. 딕의 소설들, 편집증적 음모이론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 인간과 기계의 대립을 그린 디스토피아 세계관 등 여러 문학적 유산들이 <매트릭스>엔 녹아 있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수많은 인용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모니터의 "흰 토끼를 따라가라"라는 메시지에 이어, 어깨에 흰 토끼 문신을 한 어느 여자를 만난다(왼쪽 사진). 그녀를 따라 클럽에 간 네오는 트리니티와 만나게 된다.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애니매트릭스>의 <어느 탐정 이야기> 에피소드에서 탐정 애쉬는 트리니티라는 해커를 찾다가 정신 이상에 빠진 한 탐정을 찾아간다. 체스 판이 그려진 그의 방 벽엔 '붉은 여왕을 찾아라'(Find the Red Queen)이라고 쓰여 있다. 이것은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인용이며, 아예 애쉬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장면도 있다.
한편 <매트릭스>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영화적 전통과 이미지를 가져왔다. 특히 <매트릭스>는 중국과 홍콩 영화의 액션 미학을 할리우드에 가장 효과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1년 후에 나온 <와호장룡>(2000)이 중화권 출신의 이안 감독에 의해 연출되었다면, 워쇼스키 형제(래리의 성전환설로 '남매'로 불러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일단 '형제'로 표기함)는 컴퓨터그래픽과 와이어 액션과 플로-모(flow-mo)와 슬로모션 등을 결합시키며 중국 무협 영화의 액션 쾌감을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여기엔 중국의 무술감독 원화평이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 <매트릭스>는 그의 첫 할리우드 작업이었으며 이후 그는 <와호장룡>과 <킬 빌> 시리즈(2003~04) 등에도 참여하게 된다.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케리 앤 모스)가 검은 코트에 검은 선글래스 차림으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오우삼의 액션 미학을 명백히 변주한 것이다. 주윤발의 쌍권총이 기관총으로 바뀌었을 뿐,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네오의 모습은 매우 낯익다. 그리고 네오와 스미스(휴고 위빙)의 전철역 대결 신은 스파게티 웨스턴을 연상시키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온다거나 극도의 클로즈업을 사용하는 것 등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타일이었다.

훈련용 프로그램 속에서 대결을 펼치는 모피어스와 네오(상단 왼쪽). 모피어스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네오는 모피어스를 공격하기 전에 엄지손가락으로 코끝을 문지르는데(상단 오른쪽) 이것은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이다. 그리고 그는 영화 후반부에 오우삼 영화의 캐릭터가 되어 총격전을 벌인다(하단 왼쪽). 이처럼 <매트릭스>는 무협 영화와 홍콩 액션으로부터 많은 것을 가져왔다. 한편 네오와 스미스의 대결 장면에선, 난데없이 바람이 불며 둘 사이에 신문지가 나뒹구는데 이것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익숙한 클리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워쇼스키 형제는 제작자 조엘 실버에게 <매트릭스>의 컨셉트인 '사이버펑크'를 전달하는 데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당시 <공각기동대>는 북미 지역에도 꽤 알려진 상태였는데, 워쇼스키 형제는 실버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며 "우린 실사로 저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각기동대>의 제작사인 프로덕션 I.G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이버펑크 영화는 제3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힘들다. <매트릭스> 같은 영화는 글로 쓴 시나리오로 스튜디오에 제안하기에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공각기동대>를 <매트릭스> 제작을 위한 프로모션 도구로 사용한 셈이다." <공각기동대>의 완성도 높은 비주얼도 두 감독에게 커다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오라클(글로리아 포스터)의 집에 있던 아이들의 모습은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1988)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만화적 상상력이 <매트릭스>와 결합한 건, 워쇼스키 형제의 경력을 보자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엘비스 미첼이라는 평론가는 "워쇼스키 형제는 그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만화의 감각을 영화에 옮겼다"고 말하는데, 형제는 감독이 되기 전에 마블 코믹스에서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매트릭스>도 처음엔 만화책으로 구상했다. <매트릭스>의 시각효과 수퍼바이저인 존 게이터는 "두 감독은 정통 만화광들이다. 그들은 <매트릭스>의 아이디어를 일본 애니메이션과 괴상한 만화들에서 얻었다"고 말한다(촬영감독인 빌 포프도 만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가 영향을 받은 만화로는 대표적으로 그랜트 모리슨의 <인비저블 The Invisibles>(1994~2000)이 있는데, 정치를 비롯 다양한 대중문화적 요소가 뒤섞인 작품으로 일각에선 <매트릭스>가 이 만화를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목 뒤에 소케트를 통해 네트워크와 연결한다는 <공각기동대>의 설정은 <매트릭스>와 동일하다(왼쪽). 사이버펑크 영화의 계보에서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의 직계 선배이다. 그랜트 모리슨의 <인비저블>(오른쪽)은 <매트릭스>에 커다란 영향을 준 만화다.
<매트릭스>가 참조한 SF 영화의 계보는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하다. 앤드류 고든이라는 평론가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인가 지적 허세인가'라는 글에서 <매트릭스>가 참조한 수많은 인덱스를 나열한 후 "<스타워즈>처럼 <매트릭스>도 대중문화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짜깁기 조각들도 이루어져 있다"며, 다음과 같은 영화들을 언급한다.

그에 의하면 <매트릭스>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사악한 컴퓨터가 우주선을 점령하고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을, <로건의 탈출>(1976)에서 바깥 세상은 전쟁으로 황폐화되었고 인간들은 거대한 돔으로 된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을, <스타워즈>(1977)에서 평범한 주인공이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을, <블레이드 러너>에서 제조된(시뮬레이션된) 인간과 진짜 인간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설정을, <터미네이터>(1984)에서 기계가 지구를 점령하고 여기에 인간이 저항한다는 설정을, <토탈 리콜>(1990)에서 프로그램된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할 수 없다는 설정을 가져왔다. 여기에 한 편의 영화를 추가한다면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일 텐데,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은 '스퀴드'라는 장치를 통해 가상 현실을 경험하며 타인이 경험한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중 선택하라고 말한다. <토탈 리콜>의 빨간 알약은 현실로 돌아오는 기능을 한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스퀴드. 이것을 착용하면 타인이 본 것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참조물들은 차고 넘친다. 가상 현실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매트릭스>의 여정은, 현실에서 환상의 세계로 날아가는 <오즈의 마법사>(1939)을 뒤집은 것이며, 사이퍼(조 판톨리아노)는 빨간 알약을 삼킨 네오를 도로시라고 부르면서 "이젠 캔자스(매트릭스의 세계)와는 이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트릭스>는 TV SF 시리즈인 <닥터 후>에서 모티프를 가져오기도 했는데, 1976년 시즌의 <데들리 어쌔신>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대형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해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함선 네부카드네자르에 탄 모피어스의 모습은 <해저 2만리>나 <백경>의 함장을 연상시킨다. 네오의 훈련 프로그램은, 점점 스테이지를 높여가며 다양한 아이템이 첨가되는 컴퓨터 게임의 구조와 흡사하다. 조지 오웰의 <1984>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여기에 해커들의 서브컬쳐마저 포함되는 <매트릭스>는, 워쇼스키 형제가 교묘히 엮어놓은 퀼트와도 같은 작품이다. 팻 멜렌캠프라는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매트릭스>는 "아시아(무협)와 미국(액션 어드벤처)의 장르들,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와 TV쇼와 비디오 게임 등을 자극적으로 뒤섞은 영화"다.

<매트릭스>는 문학과 영화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이나 TV쇼도 자신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네오와 모피어스의 전투 훈련 장면은 파이터 게임(왼쪽 사진. 'Deadly Alliance'))의 구조에 쿵푸 액션을 섞었다. <닥터 후>의 <데들리 어쌔신> 에피소드(오른쪽 사진)는 <매트릭스>의 설정과 매우 흡사하다.


새로운 SF 에픽의 시작

<바운드>(왼쪽)는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워쇼스키 형제를 할리우드에 안착시켰다. 이 영화에서 만난 촬영감독 빌 포프와의 인연은 <매트릭스>로 이어진다. 워쇼스키 형제는 워너브러더스로부터 제작비 1,000만 달러를 먼저 받았고, 그 돈으로 트리니티의 도입부 액션 신을 만들어 제작비 전체를 확보한다. 이 시퀀스엔 <다크 시티>의 도시 세트 일부가 재활용되었다.
1996년에 <바운드>로 데뷔하긴 했지만, 사실 워쇼스키 형제가 자신들의 첫 작품으로 생각했던 프로젝트는 <매트릭스>였다. 리처드 도너 감독의 <어쌔신>(1995) 시나리오를 쓰며 할리우드에 입성한 워쇼스키 형제는, 이미 <매트릭스>의 초고를 완성한 상태였다. <어쌔신>에서 만난 제작자 조엘 실버는 할리우드의 거물급 프로듀서. 형제는 실버에게 <매트릭스> 시나리오를 가져갔고 실버는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크게 놀랐지만 시기상조라고 느꼈다. 신인 감독이 만들기엔 너무 큰 스케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실버는 다른 영화로 데뷔한 후 <매트릭스> 프로젝트에 접근하자고 충고했고, 워쇼스키 형제는 <바운드>로 데뷔전을 치른다.

<바운드>로 할리우드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형제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매트릭스> 시나리오를 읽은 스튜디오 간부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좀 더 설명적인 대사를 많이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간부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뭔가 끝내주는 걸 우리가 산 것 같긴 한데… 설명 좀 해주게나."

설득을 위해 워쇼스키 형제는 꼼꼼한 스토리보드를 그렸고, <공각기동대>를 보여주며 영화의 전반적인 컨셉트를 설명했다. 형제가 예상했던 제작비는 8,000만 달러. 하지만 워너브러더스는 일단 1,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허락했다. 형제는 그 돈으로 트리니티가 등장하는 영화의 첫 시퀀스 10분 분량을 찍어 스튜디오 간부들에게 보여주었다. 깊은 감명(?)을 받은 경영진은 드디어 움직였고,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된 영화는 총 제작비 6,300만 달러 규모였다(미국에서 촬영했다면 제작비는 3배로 뛰었을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철저한 비주얼 작업을 했다. 만화가인 제프리 대로우는 컨셉추얼 디자이너로 참여했는데, 그는 감독들의 뇌에 접속된 사람처럼, 워쇼스키 형제가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영화의 비주얼을 정확히 그림으로 그려냈고(왼쪽 그림), 이 상세한 그림들은 대부분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촬영을 위한 스토리보드를 만들 때, 워쇼스키 형제는 최대한 정확히 묘사되기를 바랐다. <매트릭스>의 스토리보드(오른쪽 그림)는 그대로 만화책으로 출간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워쇼스키 형제가 5년 6개월 동안 품었던 프로젝트는 14고의 시나리오와 500장의 스토리보드를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 과정은 쉽지 않았다. 네오 역은 많은 배우들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완 맥그리거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1999) 촬영과 겹쳐서 거절했고, 윌 스미스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와 겹쳤다(이후 스미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네오 역을 거절한 것에 대해 "배우로서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니콜러스 케이지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톰 크루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한때 물망에 올랐고 수많은 배우들에게 제안이 갔지만, 사실 워쇼스키 형제가 처음부터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배우는 조니 뎁이었다. 스튜디오는 브래드 피트나 발 킬머를 원했는데 둘 다 거절했고, 이후 키아누 리브스가 물망에 오르면서 구도는 '조니 뎁 vs. 키아누 리브스'로 좁혀졌다. 이때 리브스는 영화의 컨셉트에 자신을 최대한 맞춰나가는 적극성을 보여주었고, 결국은 '네오'가 되었다.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오라클로 출연했던 글로리아 포스터(왼쪽)는, 미처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촬영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심에 빠진 제작진은 오라클의 프로그램이 데미지를 입어 그녀의 외모가 변한 것으로 설정하고 메리 앨리스를 출연시켰다(오른쪽).
<스피드>(1994) 이후 하향세를 겪고 있긴 했지만, <리틀 부다>(1993)와 <코드명 J>를 경험한 리브스에게 네오 캐릭터는 적역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큰 리액션을 하지 않는, 하지만 피사체로서 강한 흡입력을 지니는 리브스의 이미지는 네오 역은 잘 어울렸다. 캐스팅이 정해지자 워쇼스키 형제는 리브스에게 세 권의 책을 읽고 현장에 와주기를 바랐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명저로 일컬어지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기계와 사회 시스템과 경제학의 관계를 다룬 케빈 켈리의 <아웃 오브 컨트롤> 그리고 딜런 에반스의 <진화 심리학>이었다.

모피어스 역엔 게리 올드먼 새뮤얼 L. 잭슨 등에게 제안이 갔지만 로렌스 피쉬번이 차지했다. 숀 코너리는 시나리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트리니티 역엔 샌드라 불럭이 거론되었으나, 그녀는 리브스가 네오 역을 맡는다고 하자 거절했다. 결국은 당시 그다지 유명하진 않았던 캐리 앤 모스가 맡았고, 캐스팅 이후 그녀와 키아누 리브스의 외모적 유사성이 종종 언급되기도 했다. 스미스 역의 휴고 위빙은, <위험한 선택>(1991)의 연기에 감명을 받은 워쇼스키 형제의 선택이었다. 한때 장 르노도 후보에 올랐지만, 그는 <고질라>(1998)를 선택했다.

<매트릭스>에 등장했던 탱크 역의 마커스 총(왼쪽)은 개런티 문제로 <매트릭스 리로디드> 출연을 거부했다(제작진은 25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마커스 총은 50만 달러를 요구했다). 결국 탱크는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리로디드> 사이의 시간대에 죽은 것으로 설정되었고 해럴드 페리노가 맡은 링크(오른쪽)가 네부카드네자르의 오퍼레이터가 되었다.
촬영은 대부분 호주 시드니의 폭스 스튜디오에서 이뤄졌지만, 배경 설정은 워쇼스키 형제의 고향인 시카고였다. 배우들은 6개월 동안 액션 연습을 했고, 두 감독은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이 영화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주요 배역과 메인 스태프들에겐 강제로 <시뮬라시옹>을 읽게 했다. 118일 동안 촬영한 영화는 1999년 3월31일, 부활절 주말에 개봉되었다. 총 3주 동안 1위를 차지한 <매트릭스>는 8주 동안 5위권에, 13주 동안 10위권에 머물렀으며, 9월 중순까지 1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상영되며 북미 시장에서 1억7148만 달러를, 해외 시장까지 포함해 4억6,35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은 동시에 촬영되어 2003년 5월과 11월에 개봉되었는데, 두 편 합쳐서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각각 북미 시장에서 2억8,158만 달러와 1억3,913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시리즈 세 편을 합치면 그 수익은, 북미 시장에서만 5억9,237만 달러, 해외 시장까지 포함하면 16억3,299만 달러였다. 특히 <매트릭스>는 DVD로 출시되었을 때 엄청난 신드롬을 몰고왔다. 미국 영화사상 북미 지역에서 최초로 300만 장 이상 팔린 DVD였던 <매트릭스>는, DVD 시장 초기 단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DVD 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최초로 VHS보다 DVD가 많이 팔린 타이틀이기도 했다.

<파이>(1998) <레퀴엠>(2000)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20세기 SF 영화의 위대한 아이디어를 모두 모아 맛 좋은 대중문화와 결합한, 모든 지구인들이 탐식할 수 있는 샌드위치"라고 평가했던 <매트릭스>. 이 영화는 엄청난 상업적 성과와 함께 이후 할리우드 액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 되었으며, 외전인 <애니매트릭스>(2003)와 더불어 게임인 <엔터 더 매트릭스>(2003)와 여러 만화가들이 참여한 만화인 <매트릭스 코믹스> 등을 낳았다.

온라인 게임인 <엔터 더 매트릭스>의 게임 쇼트(왼쪽). <매트릭스>는 온라인을 통해 수십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만화 <매트릭스 코믹스>를 낳았다. 오른쪽 그림은 데이비드 라팜의 'There Were No Flowers' 중 한 장면.


불릿 타임과 플로-모

<블레이드>의 불릿 타임(왼쪽). 한편 워쇼스키 형제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고!>의 타이틀 시퀀스부에서 불릿 타임 효과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주인공이 탄 마하 파이브가 공중에 떠 있을 때, 카메라는 자동차의 정면에서 측면으로 움직이는 효과는 워쇼스키 형제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들은 <매트릭스> 3부작 이후 <스피드레이서>를 영화화한다.
<매트릭스>가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 끼친 가장 큰 영향력은 그 철학이나 내러티브의 스케일보다는 이른바 '불릿 타임'(bullet time)의 스펙터클이다. 불릿 타임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시공간에 걸쳐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가능해진 불릿 타임은, 시간을 극단적으로 변형시켜 '날아가는 총알'처럼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하기 힘든 움직임을 포착하며, 이때 카메라 앵글은 그 움직임이 일어나는 장소를 일반적인 속도로 잡아내며 회전하거나 이동한다.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액션은 슬로 모션인데 카메라는 정속도로 궤도를 그리며 그 액션을 잡아내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비디오 게임, CF 등에서도 사용되는 불릿 타임은, 영화에선 <블레이드>(1998)에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만든 총알 이미지를 화면에 단순하게 이식하는 방식이었고, <매트릭스>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영화 테크닉으로서 자리잡는다. 사실 시각효과 수퍼바이저인 존 게이터와 촬영감독 빌 포프는 전통적인 촬영 방식을 통해 불릿 타임 효과를 내려고 했다. 여러 개의 짐벌(gimbal. 수평유지장치)과 이동 촬영을 결합하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카메라의 엄청난 속도가 필요했고, 여러 번 테스트 촬영을 했지만 카메라 이동차만 부서질 뿐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꾼다. 한 대의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의 카메라의 궤도에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매트릭스>의 불릿 타임은 시각적 환희였다. 네오와 스미스의 지하철 격투 신(상단 왼쪽)은 120대의 스틸 카메라를 사용해, 1초에 1프레임씩 전체적으로 12,000프레임을 찍어 제작한 것이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트리니티의 불릿 타임(상단 오른쪽). 하단은 트리니티의 이른바 '더블 이글'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간은 멈추지만, 트리니티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얼핏 보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트리니티는, 마치 '기'를 모으는 것처럼 보인다. <매트릭스>(하단 왼쪽)의 오프닝에서 첫 선을 보인 '더블 이글'은, <매트릭스 레볼루션>(하단 오른쪽)에서 천장에 매달린 적을 향한 공격으로 변주된다.
<매트릭스>의 불릿 타임을 가능케 한 이른바 '플로-모'(flow-mo)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 등을 고려해 여러 대의 스틸 사진용 카메라들을 액션이 일어나는 공간 주위에 둥그렇게 배열한다(카메라는 수십 대에서 100대 이상까지, 필요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그 안에서 배우의 연기가 시작되면 레이저 광선을 통한 트래킹 시스템으로 통제되는 수많은 카메라를 동시에 작동시킨다. 그 결과 조금씩 다른 앵글의 정지 이미지가 생기고, 각 카메라에서 뽑아낸 이미지들을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잇는다. 그린 스크린으로 작업된 배경도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된다.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와 각도와 위치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방식이 이미 19세기에, 영화가 발명되기도 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1876년에 이드워드 머이브리지라는 사람은, 12개의 카메라를 설치해서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속 동작으로 담았다. 이것을 스트로보스코픽(stroboscopic)이라고 하는데, <매트릭스>의 플로-모는 스트로보스코픽을 원형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드워드 머이브리지가 촬영한 사진들(왼쪽). 스트로스코픽은 달리는 말의 다리가 동시에 땅에 닿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는 소박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것이다. 플로-모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스튜디오(오른쪽). 하단 사진들은 불릿 타임의 공정을 보여주는 이미지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워쇼스키 형제가 단지 '겉멋'을 위해 불릿 타임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매트릭스>가 지닌 혼성적이고 경계 파괴적인 성격을 불릿 타임에 담았다. 아날로그(스트로보스코픽)와 디지털(컴퓨터그래픽)이 결합한 불릿 타임. 앤디 워쇼스키는 "로봇 vs 쿵푸"라는 컨셉트를 말하기도 했는데, 불릿 타임은 로봇의 기계적 느낌(서양)과 쿵푸와 와이어 액션의 유연한 동작(동양)이 결합된 독특한 스펙터클이었으며, 스토리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한 이 영화가 나온 '세기말 1999년'의 화두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불릿 타임은 영화적 시간의 극단적 연장이며, 속도와 동작을 엮어 조종하는 데 있어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불릿 타임과 플로-모는 화면에서 움직이는 인물이나 대상의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세분화시키는 '시간 구획'(time-slice) 기법의 혁명이었다. 공중 부양을 하고 총알을 피하며 물리학적 운동 법칙을 거스르는 그 장면들 속에서, 시간은 주관적 의식 속에서 재배열되고 객관적 시간 개념은 파괴된다. 그러면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적 아우라가 생겨난다. 결국 불릿 타임의 궁극적 목표는 'mind over matter', 즉 '물질보다 강한 정신력' 혹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지배'를 표현하는 것이고, 혹자는 3차원적 순간을 2차원적 스틸 사진으로 표현하다는 점에서 큐비즘과 비교하기도 했다.

사실 불릿 타임의 선구자는 프랑스의 미셀 곤드리 감독이다. 그는 1995년 비요크의 뮤직비디오 'Army of Me'에서 처음으로 불릿 타임을 시도했고, CF를 통해서도 선보였다(맨 왼쪽 사진. 'Gap' CF). 불릿 타임은 비디오 게이머들에겐 익숙한 비주얼이었는데, <맥스 페인>(가운데 사진)은 이후 영화화되기도 했다. 한편 <매트릭스>의 불릿 타임을 패러디한 장면은 이후 대거 등장하는데, 2002년엔 20여 편의 영화에서 인용되었다는 통계 자료가 있다. 맨 오른쪽 사진은 <무서운 영화>(2000)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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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영화의 어떤 경향

<매트릭스> 3부작엔 수많은 세계들이 등장한다. 먼저 기계에 의해 프로그램된 매트릭스의 세계(상단 왼쪽). 인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며, 일종의 교육용 프로그램인 컨스트럭트의 세계(상단 오른쪽). 인간들의 도시이며 지구상에 유일하게 온기가 남아 있는 곳인 시온(중간단 왼쪽). 네오가 당도하는 기계들의 도시(중간단 오른쪽). 매트릭스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지하철 역으로 설정된 중간계(하단 왼쪽). 트레인맨이 관장하며, 모빌(Mobil)이라는 역 이름은 림보(Limbo, 연옥)의 철자를 뒤섞은 것이다.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맨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새로운 세계(하단 오른쪽).
1999년에 나온 <매트릭스> 그리고 2003년에 나온 <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을 모두 본 후에도 여전히 남는 건 "매트릭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매트릭스>는 '매트릭스 vs 현실 세계'라는 철저한 이원론에 입각했지만, <리로디드>와 <래볼루션>이 이어지면서 스미스(휴고 위빙)는 복제를 시작하고, 오라클(글로리아 포스터)은 프로그램이었음이 밝혀지며, 아키텍트(헬무트 바카이티스)는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여섯 번째 매트릭스' 안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네오는 매트릭스와 시온과 기계 세계를 통합하는 길을 걷는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현실 세계도 사실은 또 다른 매트릭스의 세계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마치 <13층>(1999)처럼, <매트릭스> 3부작도 여러 개의 가상 현실이 뒤섞인 다층적 세계이며, 오직 워쇼스키 형제라는 '절대자들'만이 그 세계를 내려다본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일단 <매트릭스> 3부작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하나의 선입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바로 인간이 기계(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계는, 생명이 있는 유기체는 아니지만 자율적이고 창조적이며, 인간이 자만하고 타락했을 때 인간에게 분노하는 존재다. <매트릭스> 3부작 DVD에 코멘터리를 맡았던 철학자 코넬 웨스트는 시온의 세계를 '육체'로, 매트릭스의 세계를 '정신'으로, 기계의 세계를 '영혼'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더 원'(the One) 즉 절대자이자 구원자인 네오는 세 세계를 통합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고 평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여기서 그 '세상'이라는 것이 시온의 세계인지 새롭게 구현된 매트릭스인지 기계의 세계인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컨스트럭트에서 훈련을 받던 네오는 가상 현실의 세계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 피가 난다(왼쪽). 네오는 묻는다. "매트릭스에서 죽으면 여기서도 죽게 되나요?" 모피어스는 말한다. "육체는 정신이 없으면 살 수 없어. 정신이 육체를 진짜로 만들지." 가상현실과 현실이 이처럼 원인과 결과 관계로 묶여 있다면, 두 세계는 평등하게 존재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메타코텍스 사무실에서 네오가 상관에게 주의를 받는 장면에서, 유리창 청소부 역으로 원래 워쇼스키 형제가 카메오 출연을 할 예정이었다(안전 문제로 하지 못했다). 만약 출연했다면, 매트릭스의 전자 신호를 연상시키는 비누 거품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매트릭스인 셈. 이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관객들이 환상적인 공간에 사로잡혀 있음을 환기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며, 결국 이 영화가 감독이 창조한 매트릭스 세계의 일부라는 걸 드러내기도 한다.
'매트릭스' 세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배경 지식을 원한다면, <애니 매트릭스>(2003)의 <두 번째 르네상스 1>과 <두 번째 르네상스 2> 에피소드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워쇼스키 형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마에다 마히로가 연출한 이 에피소드들은 <매트릭스>의 프리퀄과 같다.

21세기에 인간들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노동을 맡기고 허영과 타락에 빠진다. 그들은 기계를 존중하지 않았고, 이때 기계가 인간을 공격하는 'B1-66ER 사건'이 일어난다. 죽고 싶지 않았다는 기계와 재산 파괴권을 내세우는 인간. 결국 B1-66ER 기종은 멸종되고, 저항했던 기계들은 추방당해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강 유역에 자리를 잡는다.

그들은 '제로-원'(Zero-One)이라는 국가를 만들고, 자신들의 인공지능을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다. UN 가입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한 기계들. 기계와 인류 사이의 전쟁은 일어나고, 인류는 '다크 스톰'(Dark Storm) 작전을 통해 하늘을 봉쇄해 로봇들의 에너지원을 차단하려 하지만, 결국 승리는 기계의 몫이었다. 인간의 몸을 연구한 기계들은 인체가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임을 알게 되고, 인간들에게 "너희들의 육체는 무의미한 껍데기다. 육신을 바치면 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애니매트릭스>에서 설명하는 <매트릭스> 이전의 역사. 기계의 저항이 일어나고(상단 왼쪽), 결국 전쟁으로 확산되며(상단 오른쪽), 인류는 로봇의 에너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하늘을 봉쇄하지만(하단 왼쪽), 결국 기계가 승리하고 지구엔 핵 겨울이 온다(하단 오른쪽)
위에서 기계들이 선포한 '신세계', 그것이 바로 매트릭스의 세계다. 인간들은 발전소에서 마치 농작물처럼 배양되며, 뇌에 접속된 바이오포트를 통해 신경 조직에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받고, 기계들이 필요로 하는 전기를 생산한다. 죽은 육체는 액화되어 산 육체에 양분으로 제공되고, 인류는 더 이상 자연적인 방식(섹스)으로 태어나진 않는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려면, 가장 좋은 육체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법. 기계가 고안한 첫 매트릭스는 인간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줄 거라고 예상되었던 이상적 환경이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매트릭스는 끝없이 갱신을 거듭했고, 네오가 살고 있는 여섯 번째 매트릭스는, 스미스에 의하면 "문명의 절정 상태"인 1999년의 지구가 배경이다.

<매트릭스> 3부작은 여기서 시작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다. <매트릭스>에선 매트릭스에서 탈출한 네오가 자신이 절대자임을 서서히 자각하고, <리로디드>에선 네오와 (매트릭스의 설계자인) 아키텍트의 만남이 이뤄지며, <레볼루션>에선 기계의 도시에 간 네오가 스미스와 마지막 결투를 벌인 결과 세상을 구원한다.



이름과 의미들

<매트릭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네오는 수퍼맨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른다(왼쪽). 이것은 기독교적 승천의 이미지이기도 하며, 자신이 절대자임을 깨달은 네오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매트릭스의 세계에 갇혀 있는 관객들을 '구원'시켜 주겠다는 뉘앙스이기도 하다. 한편 <레볼루션>에서 네오는 기계의 도시에서 매트릭스의 세계로 접속해 스미스와 대결을 펼친 후, 마치 십자가 위의 예수처럼 희생한다.
<매트릭스>는 신화적 모티프로 가득 찬 영화이며, 그리스 신화와 성서와 역사에서 가져 온 수많은 이름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먼저 네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성서의 예수를 연상시킨다. 네오(Neo)라는 이름은 절대자(One)의 애너그램(철자 바꾸기)이며,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세계의 영겁(Eon)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다(그의 방 번호는 '101'. 0과 1로 이뤄지는 매트릭스의 세계를 상징하며, 동시에 그가 '더 원'(The One)임을 드러낸다).

토머스 앤더슨(Thomas Anderson)이라는 네오의 실제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던 도마(Thomas)는 부활한 예수에 대해 의심했던 사람. 이것은 매트릭스의 세계를 벗어나기 전의 네오의 모습이기도 하다. 앤더슨(Anderson)은 '앤드류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앤드류는 '사람'이라는 뜻인 안드레아스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앤더슨은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 성서엔 예수가 스스로를 인자(人子), 즉 '사람의 아들'이라고 부른다('앤더슨'을 시카고에 있는 '앤더슨 컨설팅'(현재는 엑센추어)과 관련 짓는 사람도 있다. 이 회사는 체제 순응적인 컨설팅으로 유명하며, 이곳의 컨설턴트들은 흔히 '앤더슨 안드로이드'로 불리기도 했다).

모피어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네오는 애덤스(Adams) 거리의 다리 밑에 있다(왼쪽). 예수는 성서에서 '두 번째 아담(Adam)'으로 표현되며, 이때 내리는 비는 세례(재탄생)의 의미이기도 하다. 네오가 초이에게 불법 프로그램을 넘겨주자 초이는 이렇게 말한다. "할렐루야! 넌 나의 구세주야! 나만의 예수 그리스도!"
트리니티(Trinity)라는 이름은, 성서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삼위일체'를 의미한다(그녀가 전화를 받는 방 번호는 '303'. 삼위일체를 상징하며, <매트릭스>의 후반부에 네오는 이 방에서 부활한다. 예수가 '3'일만에 부활했듯이). 이것은 시온과 매트릭스와 기계의 세계는 어떤 깨달음에 의해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삼위일체'는 중성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트리니티(케이트 앤 모스)의 캐릭터는 좀 더 오묘하게 변한다. 꼼꼼히 살펴보면 트리니티와 네오는 한 몸과도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들은 외모상 유사성을 지니며, 종종 트리니티는 성 역할을 바꾼 행동을 하고(마치 '백마 탄 왕자'처럼, 네오를 키스로 되살리는 트리니티), 트리니티를 처음 만났을 때 네오는 "남자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한 몸이라는 암시는 3부작 내내 등장하는데, 매트릭스 세계에서 그들은 액션 파트너로서 서로에게 생명을 의지하고, 시온에선 몸을 섞으며, 기계의 도시까지 가는 길에선 동행자가 된다.

토머스, 즉 '도마'는 '쌍둥이'라는 의미로 네오와 트리니티의 관계가 단순한 연인 관계가 아니라 생명으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임을 드러낸다(왼쪽). 입맞춤으로 네오를 부활시킨 트리니티는 말한다(오른쪽). "오라클은 말했어. 내가 사랑에 빠질 거라고.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그'일 거라고. 그러니까 너는 죽을 수 없어. 알아? 죽을 수 없어.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모피어스(로렌스 피쉬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에서 온 이름. 그는 네오가 절대자라고 확신하는, 신약 성서의 세례 요한과도 같은 인물이지만, 네오가 물리적인 힘을 통해 매트릭스와 기계의 세계를 파괴하고 인류를 구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1편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인 사이퍼(Cypher. 조 판톨리아노)는 '비밀스러운 메시지' '아라비아 숫자 0에 대한 옛날 표현'이다(악마를 의미하는 '루시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는 스미스와 비밀스럽게 만나며, 성서에서 예수를 팔아넘기는 가롯 유다처럼 배신한다. 그리고 성서는 유다를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자", 즉 '0'과 같은 존재로 표현한다.

네부카드네자르의 선원들이 지닌 이름도 각기 의미를 지닌다. 스위치(Switch. 벨린다 맥클로리)는, 디지털 신호가 0과 1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련의 스위치라는 걸 드러낸다. 에이팍(Apoc. 줄리언 어렝어)은 '묵시록'(Apocalypse)에서 온 이름으로, 디스토피아적 지구를 의미한다. 도저(Dozer. 앤서니 레이 파커)와 탱크(Tank. 마커스 총) 형제는 매트릭스에서 탈출한 자가 아니라 시온에서 태어난 사람들인데(그들의 몸엔 바이오포트가 없다), 불도저와 탱크라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환기시킨다. 그리스 신화에서 온 오라클(Oracle)은 예언자인데, <매트릭스> 3부작에선 예언이 실현되도록 네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간들의 지하 도시인 시온(Zion)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단어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성서를 인용한다. <매트릭스>의 네부카드네자르는 2069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MARK III No.11'이라는 레이블이 붙어 있다(왼쪽 사진). 이것은 마가복은 3장 11절인 "더러운 귀신들도 어느 때든지 예수를 보면 그 앞에 엎드려 부르짖어 이르되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 하니"(개역개정판)를 의미하며, '하나님의 아들' 즉 '예수'는 네오와 연결된다. <리로디드>에 등장하는 스미스의 차 번호는 'IS 5416' 즉 이사야 54장 16절을 의미한다. "보라 숯불을 불어서 자기가 쓸 만한 연장을 제조하는 장인도 내가 창조하였고 파괴하며 진멸하는 자도 내가 창조하였은즉."(개역개정판) 여기서 '장인'은 바로 '스미스'(Smith)를 번역한 것이다.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에 나오는 메로빈지언(Merovingian. 람베르 윌슨)은 미스터리의 캐릭터다. 서기 481~751년의 기간에 존재했던 메로빙거 왕조에서 온 메로빈지언이라는 이름(오라클에 의하면 "프랑스인은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프로그램"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프로그램은 폐기되어 소스(기계의 도시에 있는 메인프레임 컴퓨터 센터)로 귀환해야 하는데, 메로빈지언은 귀환하지 않고 매트릭스 안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온 프로그램이다.

마치 범죄 조직의 보스처럼 묘사되지만, 오라클은 메로빈지언을 "우리들 중 가장 오래된 자 중 한 명"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메로빈지언이 과거(첫 번째 매트릭스에서 다섯 번째 매트릭스 사이)에 오라클과 같은 역할을 했던 존재였음을 드러낸다. 이것은 세라프(Seraph. 콜린 추)의 존재에 의해서도 증명된다. 세라프는 구품 천사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치품 천사'를 의미하는데, 그는 한때는 메로빈지언의 수하에 있었으나 이후 오라클에게 갔다. 세라프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는 자"로 묘사되는데, 그가 오라클에게 갔다는 것은 메로빈지언이 오라클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과거 매트릭스의 네오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후손들이 메로빙거 왕조를 세웠다는 전설은 여기서 작은 힌트인데, 메로빈지언도 네오처럼 한때 구세주(예수)와도 같은 존재였고, 네오처럼 아키텍트 앞에서 선택의 갈림길(소스로의 귀환 vs 여자를 구함)에 섰으며, 그는 소스로 귀환하는 걸 선택했고, 지금은 매트릭스 안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인 페르세포네(모니카 벨루치)는 한때 트리니티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키텍트에게 가는 열쇠를 가진 키메이커(상단 왼쪽)와 중간계를 관장하는 트레인맨(상단 오른쪽). 그들은 모두 메로빈지언의 장악력 아래 있다. 여기서 키메이커는 페르세포네의 배신(?)에 의해 네오와 만나, 그를 아키텍트에게 인도하고 죽는다. <리로디드>에서 갈림길에 선 네오(하단). 왼쪽은 인류를 멸망시키면서 트리니티를 구하러 가는 문이고, 오른쪽은 소스로 가서 인류를 구원하는 문이다. 어쩌면 메로빈지언도 이러한 갈림길에 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로빈지언은 소스로 귀환하려 했었을 것이고, 네오는 트리니티를 구하는 쪽을 택한다.
매트릭스의 설계자인 아키텍트(Architect)는 정확한 수학적 방법으로 매트릭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인간에게 내재된 불완전성 때문이다. 그래서 (인과론을 신봉하는 메로빈지언 대신) 직관력이 있는 프로그램인 오라클을 선택했고, 아카텍트가 매트릭스의 아버지라면 오라클은 매트릭스의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다. 아키텍트는 네오를 "매트릭스의 불균형적인 방정식의 나머지의 합집합"이며 "수학적 조화인 매트릭스에서 없애지 못한 우발적 변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상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기에 네오는 아키텍트에게 오게 된 것이다.

아키텍트는 여섯 번째 네오에게 '사랑'이라는 요소를 집어넣는 실험을 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네오에게 아키텍트는 "소스로 복귀해서 네가 가진 코드를 전달하고 초기 프로그램을 입력한 후, 시온을 재건설할 여자 16명 남자 7명을 매트릭스에서 뽑으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 충돌이 일어나 매트릭스의 모든 인간이 죽게 되고, 시온의 멸망과 함께 인류 전체가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네오는 인류 구원을 포기하고, 트리니티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매트릭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캐릭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다. 라틴어로 '기계의 신'을 의미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극작술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해결하고 결말로 이끄는 수법'을 의미한다. <레볼루션>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네오가 기계 도시에서 궁극적으로 대면하는 존재인데, 그것은 수많은 작은 기계들을 통해 이루어진 인간 얼굴의 형상이다. 스미스가 매트릭스와 기계 도시를 모두 파괴하려 한다며, 네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협상을 한다.

네오의 궁극적 도달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왼쪽). 재부팅된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오라클과 함께 있는 사티(오른쪽). 힌두교에서 사티는 '재창조의 신'인데,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티는 아름다운 일몰을 창조한다. 어쩌면 이 소녀는 새로운 네오일지도 모른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너 자신을 알라"는 원래 그리스 델피 신전 입구에 써 있던 말. 그리스어로 'Gnothi Seauton'이지만 영화에선 라틴어인 'Cemet Nosce'로 표기되어 있다(왼쪽). <매트릭스>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영감을 자극했다.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코넬 웨스트는 저명한 '<매트릭스> 권위자'로서, DVD 코멘터리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시온의 의원들 중 한 명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10년 전 <매트릭스>가 나왔을 때, 아마도 가장 열광한 사람은 철학자들일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1982) 이후 <매트릭스>만큼 철학적 조명을 받은 영화는 없었으며, 전자에 대한 철학적 조명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집중되었다면 <매트릭스>는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로 써도 좋을 만큼, 소크라테스부터 장 보드리야르까지, 데카르트와 칸트와 실존주의와 마르크시즘 등을 아우르며,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형성한다(한국엔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라는 두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고, 국내 철학자들의 논문을 모은 <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도 나와 있다. 세 권의 책은 이 글을 쓰는 데 중요한 참고서였음을 밝힌다).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피>와의 인터뷰 워쇼스키 형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중요한 목적은 지적인 액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액션, 총, 쿵푸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런 지적 내용이 없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액션 영화들은 지겹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에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상들을 집어넣기로 했다."

일천한 철학적 지식의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매트릭스>가 관객들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건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의 경험을 초월하는 세계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주관을 가지고 있나. 정신과 육체는 어떤 관계인가. 자유 의지란 무엇이며 인과 법칙이란 무엇인가. 옳고 그른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희망해야 하나. 그리고, '현실'은 무엇인가. 여기서 워쇼스키 형제는 어떤 해석을 내린다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의 여유를 제공한다. '매트릭스'라는 상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관객들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발전소의 건전지 같았던 자신의 육체와 현실에 대한 자각(상단). 이후 네오는 매트릭스 세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정신적 자각을 겪으며(하단 왼쪽), <레볼루션>에 오면 육체적 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기계 도시의 빛을 볼 수 있는 영적 단계로 나아간다(하단 오른쪽).
다행히 감독들은 이 영화의 곳곳에 힌트를 숨겨 놓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라클의 집에 걸려 있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다. 이것은 <매트릭스>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자각'의 모티브를 떠올리게 하며 끊임없는 질문과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살아갔던 소크라테스의 삶과도 연결된다. 신성 모독과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소크라테스는, 밤에 해커로 활동하며 세상에 대한 의심을 해결하려 했던 네오의 모습과 겹친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같다. 바로 '지혜에 대한 갈구'.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진실에 눈 뜨게 하려 했다.

이것은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의혹을 품는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네오에게 이것은 단계별로 나타난다. 거대 기업 조직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네오는 해커 활동을 통해 사회에 도전하고,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만나면서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깨지는 과정을 겪으며, 오라클을 만났을 땐 자신이 구세주인지 아닌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된다. <매트릭스> 3부작은 네오의 끊임없는 자문자답과 선택의 과정인 셈이다.

이것은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굴 벽 안의 그림자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 빛을 마주하며 진정한 현실을 깨닫는다. 그는 동굴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이야기해주지만,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를 동굴에서 끌어내 현실(매트릭스의 세계보다 훨씬 더 암울하긴 하지만)을 보게 한다. 이것은 감각이 아닌 지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과정인데, 발전소의 누에고치 같은 '동굴'에서 깨어난 네오의 자각 과정은 고통스럽다. 네오는 모피어스에게 말한다. "눈이 왜 이렇게 아픈 거죠?" 모피어스는 대답한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니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왼쪽). 네오가 대면한 선택은, 관객들에게도 유효한 것이다. 매트릭스의 세계를 인정하며 살아갈 것인가, 진짜 현실을 위해 눈을 뜰 것인가. 네오는 빨간 알약을 선택했고, 태어나 처음으로 눈을 뜬다(오른쪽).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모니터를 통해) 처음으로 건넨 말이 "깨어나라, 네오"(Wake up, Neo)라는 사실과,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음악이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기계에 대한 저항! <매트릭스>에 이만큼 어울리는 이름의 뮤지션이 또 있을까?)의 'Wake Up'(깨어나라)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하자면 데카르트가 이야기했던 '악령의 기만'을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데카르트는 가장 확실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성찰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꿈속에서 당신은 자신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당신은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여기서 데카르트는 "최고의 힘과 꾀를 가진 악령이 나를 속이기 위해 그의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다고 가정해보라"는, 이른바 '악령의 기만'을 이야기한다.

데카르트의 생각은 <매트릭스>에서 이렇게 변주될 수 있다. 만일 모든 것이 기계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과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 심지어 우리가 기본적인 논리적 진리라고 여기는 것조차도 날조된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꿈의 신'인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꿈과 현실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그 전에 네오는 자신에게 불법 프로그램을 사러 온 초이(마크 에이든)에게 이렇게 말한다, "깨어 있는 건지 꿈 속인지 혼동되는 느낌, 느껴 본 적 있어?"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매트릭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매트릭스는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자네의 눈을 가리는 세계야. 자네가 노예라는 진실 말이야. 네오, 자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거나 만져 볼 수 없는 감옥에서 태어난 거야. 자네 마음의 감옥 말이야."

사이퍼는 말한다. "나는 이 스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내가 이것을 입 속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뇌에 이렇게 말하는 거지.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고." 하지만 그는 감각의 세계를 선택한다(왼쪽). 스테이크 장면에 바로 이어지는 함선 안에서의 식사 장면. 마우스는 이런 문제 제기를 한다. "이 물질을 생산하는 기계들은 테이스티 휘트가 어떤 맛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가 실제로 테이스트 휘트를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러므로 다른 어떤 맛과 비교한다는 것도 불가능할 텐데, 우리는 어떻게 이것이 테이스티 휘트의 맛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여기서 사이퍼는 작은 화두를 던진다. 그는 "무지가 바로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빨간 알약을 삼킨 것을 후회하며, 결국은 스미스와 만나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매트릭스에서의 배우 같은 삶을 보장받고, 동료들을 배신한다. 하지만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감각적 쾌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인가 배고픈 인간이 될 것인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선택하겠지만, 현실에선 배부른 돼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사이퍼는 빨간 알약을 통해 현실을 깨달았지만, 9년 동안 현실에서 살아온 결과 매트릭스의 세계가 더 진짜 같으며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마우스(맷 도랜)가 컨스트럭트 안에 만들어 넣은 '붉은 옷을 입은 여자'(피오나 존슨)에서도 잘 나타난다. 도저가 필수 영양분이 든 죽을 이야기하며 "이 안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지"라고 말하자, 마우스는 "아니야. 그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진 않아"라며 네오에게 자신이 프로그래밍 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를 사적으로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위선 떨 필요 없어, 네오. 욕망을 거부하는 건,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거부하는 거야." 가장 원초적 욕망인 식욕과 성욕. 거짓된 방식이지만 그것이 충족될 수 있는 매트릭스의 세계.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인 것이다.

컨스트럭트 속의 '붉은 옷은 입은 여자'(왼쪽). 그런데 마우스는 매트릭스 속에서, 자신이 프로그래밍 했던 그 여자의 사진을 본다(오른쪽). 디노 펠러거라는 학자는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인간이 매트릭스 바깥에 있든 안에 있든 상관없이 필요한 환상과 욕망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두 세계 모두에 그 여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몇 가지 비참한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마우스는 자신이 매트릭스 안에 있었을 때의 기억에 의해 그 여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방된 개인의 고유한 환상조차 가상 현실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매트릭스는 마우스의 은밀한 환상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이것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일 수도 있는데, 현실과 매트릭스 사이엔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두 세계 모두 가상 현실이며, 그러기에 그 여자는 두 세계 모두 등장하는 것이다.


현실의 사막

네오가 불법 프로그램의 은신처 겸 금고로 사용하는 <시뮬라시옹>(왼쪽). 실제로 <시뮬라시옹>은 이 책처럼 두껍진 않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접속된 인간은 현실을 오로지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참조했던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매트릭스>의 마지막에서 네오는 자신이 절대자임을 자각하고 시스템 오류를 일으킨다. 이것은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 같은 현재의 문화에 대한 은유이며, 시뮬라시옹된 세상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읽을 수도 있다.
<매트릭스>가 던져 주는 또 하나의 철학적 힌트는 네오가 불법 프로그램을 숨겨 놓는 책이다. 한국엔 <시뮬라시옹>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갈 때 이 책의 도움을 크게 받았으며, 그 고마움(?)의 표시로 영화에 직접 출연(!)시켰고, 삭제 장면 중엔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마저 있다. "네오, 너는 꿈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온 거야.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너의 인생은 영토가 아니라 지도 안에 있었던 거지." 이것은 <시뮬라시옹>에서 보드리야르가 인용했던 보르헤스의 우화, 정밀한 지도를 만들다 보니 지도가 영토를 모두 뒤덮어 버렸다는 바로 그 우화와 직결된다. <시뮬라시옹>에선 이렇게 말한다. "영토는 더 이상 지도보다 먼저 존재하지도 않고 지도가 소멸한 후에 계속 남아 있지도 않는다. 지도가 영토보다 먼저 존재하는 셈이고, 지도가 영토를 만들어낸다. (중략) 오늘날에는 영토의 찢긴 조각들이 지도 위에서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중략) 현실 그 자체의 사막인 것이다."

시뮬라시옹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는 4단계를 거친다. 먼저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계다. 그 다음 단계에선 이미지가 현실을 감춘다. 3단계에선 이미지가 현실의 부재를 감춘다. 4단계에선 이미지와 현실은 아무 관계가 없다. 여기서 현실과 무관하고 원본도 없는 리얼리티가 만들어진다. 매트릭스의 세계는 바로 시뮬라시옹의 네 번째 단계이다. 2199년에 만들어진 1999년의 현실이며, 이것은 고치 속의 인간들에게 현실로 강요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컨스트럭트 속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말한다(왼쪽). "믿기 힘들겠지? 네 옷도 바뀌었고, 네 몸에 있는 플러그들도 사라졌으니까. 우린 이것을 자기 잉여 이미지라고 부르지. 디지털 자아의 정신적 투영물인 셈이야."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 네오에게 '현실의 사막'을 보여준다.
보드리야르의 이론적 토대는 미국이었다. 그는 미국인들이 잃어버린 현실의 감각을 재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봤다. 소비의 천국인 교외 지역의 삶을 동경하는 미국인들은, 어쩌면 그러기에 자신들의 삶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즉 자신들이 매트릭스의 세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편집증적 환상에 잠식되는지도 모른다. 할리우드에서 <트루먼 쇼>(1998) 같은 음모이론적인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건 그런 이유다. 여기서 슬라보예 지젝 같은 학자는 <매트릭스>가 미래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세기말 자본주의를 겪고 있는 미국에 대한 영화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주변에서 보고 겪는 물질적 현실성은 가상적이다. 우리 모두를 사로잡고 있는 거대한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장된 것이다."

매트릭스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는 자신만의 언어로 '현실 그 자체'를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은 이데올로기가 매끄럽게 작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는 동안 내내 느껴 왔겠지.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뭔지는 몰라도 그것이, 네 마음속의 파편처럼 괴롭고 미치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는 비관론적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과 결별한다. 보드리야르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현실이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는 '마음속의 파편'이 매트릭스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게 만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앤드류 고든 같은 이론가는 <매트릭스>가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난했다. <시뮬라시옹>을 인용하긴 했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세계관은 19세기 낭만주의의 "거짓된 환상의 세계를 걷어낼 수 있다면 현실 속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난은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에 이르면 그 효력을 상실한다. 네오는 어느새 가상현실과 현실과 기계의 세계를 아우르는 통합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오가 거울을 통해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현실로 빠져 나오는 장면에 대해선, 많은 이론가들이 자크 라캉의 '거울 단계'를 떠올렸다. 네오는 매트릭스라는 '상징계'를 지나, 자신의 이상적 이미지를 발견하는 '거울 단계'를 거쳐, '현실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이 이야기하는 '퇴행'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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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30 post

[02] Think 2009.02.05 13:00

홉스의 사회계약설...

 

인간의 행동이 내적 의지인 격정에 의해서 지배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내적 의지에 따라 각자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홉스는 인간의 삶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예술도 없고, 학문도 없고, 사회도 없다. 무엇보다도 나쁜 것은 계속적인 공포와

난폭한 죽음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활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더럽고 잔인하며, 그 목슴도 짧다는 것이다."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들은 경쟁과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절망적인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이 결코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오랜동안 만족할 수가 없으며,

남보다 뛰어나다는 사실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결코 기쁨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따라서 홉스는 자연인의 공격적인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들은 그런 행동을 금지하는

법을 알기전까지는 그러한 행위들의 죄악을 깨닫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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